지렁이는 밟히면 마비된 과거를 잘라
불면.3
언어의 조각사
2009. 4. 26. 16:11
불면.3 / 김 영 미
어둠을 깔고 눕는다
생을 잉태한 여신도 코 골며
잠의 비늘 덮고 휴식하는 밤
헝클어진 어제가 오늘로 뒹굴며
혼돈의 늪에 빠진 잠 잃은 뜨락에
어둠이 방사한 안개는 빛을 찾아가고
천근만근 몸에 돋는 공상의 나래
자아의 칼끝에 맨발로 선
가시랭이 곤두서는 뇌세포의 반란
창호지에 스미는 새벽빛은
밤꽃처럼 알큰한 선잠을 흔들고
어둠을 잘라먹고 몸 트는 햇덩이가
발끝 세우며 하늘을 쪼갠다
2004.04.27
공&색 27x20cm 1995 사공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