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는 밟히면 마비된 과거를 잘라
지금 나는
언어의 조각사
2008. 5. 30. 17:29
비바람이 밤을 세차게 흔들더니
새벽은 고요히 수묵화를 그려 놓았습니다.
세파에 휘둘려 지친 몸보다
마음이 더 아픈 것은
사랑이 고팠기 때문입니다.
캄캄한 고치에서 잠자던 날 고추 세우며
모래알 같은 밥알을 삼킵니다.
내가 아프면
나보다 더 아파할 가족이 있기 때문입니다.
새벽안개가 갈앉은 맘을 휘젓지만
안개 짙을수록
햇빛은 더욱 찬란함을 알기에
무거운 몸을 추스릅니다.
지금은 안개 드리운 삶일지라도
저 속엔
사리처럼 야물찬 꿈이 있기에
내일은 서서히 밝은 실체를 드러낼 것입니다.
오늘도
화려한 부상을 위해
꿈을 향한 발끝을 세웁니다.
08.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