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조각사 2008. 4. 12. 07:01

      

틈새

                 김영미


틈이 생겼다

틈을 비집고 나온 빛은

잠든 영혼을 전율케 한다

 

벽이 두꺼울수록

파열음은 더 큰 날을 세우고

심장을 찌른다

생존을 알리는 짜릿한 통증이다

 

보이지 않게

소리 없이

어둠과 빛은 서로에게 잦아들고

서로를 밀어 냈으리

틈이 생기기까지는

 

새벽빛으로

밤안개로

벽은 끌어안고 밀어내며

틈새를 벌려가고 있다

내밀한 곳에서 옹알이하면서

 

볕 실린 바람이

온몸 솜털을 간지른다

이끼 낀 발가락을 움직여 본다

투전판 꽁지돈의 정직함 같은 세상을 향해

 

흩어졌다 모이고 모였다 흩어지는

환승역의 소리 없는 질서처럼

볼 수 있다는 설렘과 갈라지는 아픔이 공존하는, 

 

어둠과 빛이 일치되는 정수리로부터

아우성치는 눈빛 속 묵음默音으로

조용한 흔들림으로  

내 안의 벽은 모반을 진행 중이다.

 

08.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