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조각사 2007. 10. 26. 11:45
   

소나기

                                            김 영 미

 

 

하늘로 치솟던 빗방울은

 사립문 밖으로 주르륵주르륵

물이랑을 만들며 달려 나간다

 

얽혀버린 인연의 자투리 부여잡고

삶의 기로(岐路)에서 곡예 하다가

먼 길 돌아누운 평행선 되어

 

한순간 퍼붓던 소나기 열정도

가시 돋은 언어의 조각들도

낱낱이 쏟아지다 한 줄기 되는

빗방울 어우름에 흘려보내고

 

섬광에 노출된 인화지 편린처럼

풀리지 않는 숙제로 구겨진

얽힌 타래를 태워 버린다 

 

비는 대지를 툭툭 차면서

사립문밖으로 추억을 물고 간다

 

2002.09.12

사립문밖으로 추억을 물고 간다


2002.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