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이슬처럼

언어의 조각사 2007. 3. 29. 10:42
 

이슬처럼

                           김영미

 

 

쟁기소리 사근대던 논배미에

꽃빛 밝혀 봄을 뜯던 들녘에도

세월의 지문이 희미하다

잡풀 무성한 외양간 흙벽에

되새김질하는 農者天下之大本

녹슨 소리, *핑경이 운다

봉두난발 삶을 묵정밭에 묻고

도시생활 이스트에

미래를 부풀리던

아낙의 가슴은 덤불밭이다

급여수당을 저울질하며

초침秒針에 묶인 도시의 삶

향수 뿌리고 분칠 해봐도

낟알 영글리던 흙내음 가슴에 남아

도시에도

농촌에도

토란잎의 이슬처럼

스며들지 못하는,

 

07.03.27

 

*핑경 : 소목에 달린 딸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