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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래기-푸른 연대기

푸른 연대기/ 김영미 이곳 어디쯤에선가 몇 줌의 바람과 음지의 날짜들이 발효의 관습을 보내게 될 것이다 흰 몸통의 줄기 가까이 이르러 파란 기억을 머금은 그쯤을 움푹 자른다 시래기, 나는 잠시 오래전의 농경이 가르쳐준 희미한 기억을 떠올리곤 벽 양쪽에 줄을 매단다 봄이 더디게 들어찰 뒤꼍 근처가 무청들의 물결로 눈부시고 그래, 먼 옛날의 어머니도 당신의 월동 한편에 먹거리를 섬겼을 것이다 겨울이 길어야 맛의 질서를 더 깊이 품어내던 바람과 바람 음지와 음지 사이의 영험한 내력들 어머니의 아침이 늦겨울 장독대에서 된장을 퍼오자 발효를 마친 시래기 몇 움큼 부엌 함지박으로 들어서고 그날 잘 떠지지 않는 내 눈을 깨워주던 아궁이 불씨는 어느 동화 속 이야기였을까 늦겨울 아침의 식욕은 늘 아버지의 시장기로부터 ..

시작노트 2022.11.29

흰밥도 눈물을 흘린다

흰밥도 눈물을 흘린다//김영미 아버지의 온기가 구들장 내력을 묶어놓은 오전 누군가 시루 속 콩나물을 깨워 놓고 간, 참 이상도 하지 문종이를 통과한 햇살의 잔영에도 제 음표의 고개를 드는 그 빛나는 여백 속에서 내가 꿈꾼 것들은 어떤 허기의 아랫목을 기억하는 걸까 ‘열려라 흰밥’ 그 순간 아버지의 부피를 젖히고 담요 속에서 들췄던 건 작은 세례명 참 이상도 하지 밥을 열자 뚜껑 안쪽에 숨겨진 눈물, 검은 오지의 깡마른 아이 눈망울에서 꼿꼿하던 아버지의 고개 숙인 음표들이 디지털 밥솥의 경적을 울리며 내 안으로 들어선 후에야 눈부신 아버지 눈물이 보이는 것은, 2022.11.14. 2023년 6월-모던포엠 이달의 작가 2024년 한국창작문학인협회

시작노트 2022.11.14

11월의 광주시 우먼 리더스

새로운 계절의 안쪽으로 차곡차곡 쌓인 초겨울의 풍경들을 상상해 보는 일은 또 다른 설렘으로 어떤 잎들은 건반 밖 오음계 속에서 바람의 선율을 노래합니다. 그 계절이 지금 막 광주시 우먼리더스의 일정 속으로 들어왔기에 우리는 가을이 비워지기 전 청남대로 향했다. 때마침 국화 전시회가 열리고 있어서 가을 정취와 향기를 가슴 가득 품을 수 있었다. 고흐의 팔레트에서 흘러왔을까? 노란 은행잎과 붉은 단풍이 대청호와 어우러져 우리를 반겼다. ‘따듯한 남쪽의 청와대’라는 청남대는 1983년부터 20년간 대한민국 대통령 공식별장이자 제2집무실로 이용되었던 곳이다. 123종의 아름다운 조경수와 143종의 야생화, 천연기념물인 각종 조류와 동물들이 서식하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간직한 곳이다. 회원 모두가 주부라서일까? 새..

그룹명/사랑방 2022.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