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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의 참 시詩 방앗간 회] 독도 푸른 비망록

역사의 수레바퀴에서 재생시키는 한 페이지 독도/ 김영미 조간신문 속에서도 석간신문 속에서도 역사의 행간을 놓친 독도의 출처가 모호하다 가끔 물새가 날아오르면 파도가 타전한 듯한 낯선 소식이 그 영토다 나는 그 섬이 그리울 때마다 도서관에 들러 제국의 침략역사를 대출받거나 내 젊은 시절의 끝 불면이 깊을수록 더 일찍 깨던 푸른 비망록 한편을 열어볼 뿐이다 살다 보면 봄날은 간다 세파의 파도 너머에서 보일 듯 말 듯 독도도 나의 젊음을 기억해주지 못 한다 언제부턴가 독도가 울면 나는 도시 저쪽의 박물관에서 유물을 탐색하며 근시안을 벗어날 비상구를 찾는다 세파에 희미해진 활자를 접어놓고서 부리나케 거실 한 편 오래전 잃어버렸던 내 젊은 시절의 채널, 독도를 켠다 고문서에 묻힌 망각의 페이지를 애써 재생시키며 ..

[김영미의 참 시詩 방앗간 4회] 환절기 앓이

안개의 사연들을 생각하며 내일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할 때 [골프타임즈=김영미 시인] 안개가 짙을수록 날씨는 화창하다고 합니다. 안개가 자욱했던 가을날의 새벽은 출근 준비로 바쁜 시간을 감상에 빠트렸습니다. 창밖의 하늘은 푸른 정기가 감돌고, 지상을 덮은 구름은 선계로 가는 길처럼 신비로웠습니다. 순간 신선이 된 듯 구름 위를 둥둥 떠다니던 나의 상상은, 곧바로 안개의 행간에 잘못 뛰어든 이방인처럼 행복을 즐기기엔 늦가을의 낱말들이 모호했습니다. 지금은 아파트 37층에서 신선의 구름을 보았지만, 예전에는 창문 위를 지나치는 발걸음과 승용차를 바라보며 먹구름 속에서 허우적거린 적도 있습니다. 살다 보면 예기치 못한 시련이나 외부와의 단절로 덜컥 암흑 속으로 가라앉는 긴 여정을 겪기도 하지만, 햇빛이 없다고 ..

김영미의 참 시詩 방앗간 3회] 남한산성에 들다

- 한의 역사를 품고 오랫동안 버텨온 희망의 횃불 [골프타임즈=김영미 시인] 지난해 5월 친구와 함께 경기도 광주에 있는 남한산성 둘레 길을 거닐며 오랜 역사의 현장으로 들어섰습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등재된 남한산성은 연둣빛 날짜를 넘기며 간밤의 비로 몸살을 앓았는지 꽃잎 양탄자를 펼치며 반겨줍니다. 통일신라 문무왕 때 쌓은 주장성의 옛터를 활용하여 조선 인조 4년에 대대적으로 구축한 남한산성은 평균 고도 해발 480m 이상의 험준한 산세를 이용하여 방어력을 극대화한 성곽이라고 합니다. 산성의 둘레가 12km에 이르러 산 위에 도시가 있을 수 있을 만큼 넓은 분지라서, 백성과 함께 왕조가 대피할 수 있는 조선 왕실의 보장처(保障處)였다니….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된 그 위엄이 자랑스러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