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판을 빠져나온 목련의 꿈으로부터 [골프타임즈=김영미 시인] 여고 시절의 봄날은 목련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한 폭의 그림처럼 하얗게 헤매던 꿈이 피어나듯, 운동장 한편의 빈 벤치를 환히 밝히던 목련. 교실 밖에서 아우성치던 꽃들의 유희도 뒤로한 채, 그 시절엔 책상과 칠판이 유일한 미래인 줄 알았다. 꽃그늘의 체적은 비좁았지만, 그 환영의 밀도는 짙고도 깊었기에... 바람이 지나칠 때마다 잠깐씩 열었다 닫곤 했던 사월의 페이지. 밀월의 감정들이 얼마나 허망한지를 몸소 체험이라도 하듯, 의식의 미세한 틈으로 유입 되던 여고 시절. 그 시절은 가고, 현실 속으로 밀려난 목련이 불치의 꿈을 부풀린다. 그 때, 칠판을 빠져나오던 목련이 지금 마음의 문지방을 넘어오고 있다. 그래서 나는 다시 들녘이 펼쳐놓은 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