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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손

언어의 조각사 2015. 3. 24. 15:24

버려진 손

                                 길상호

 

 

공사장 인부가 벗어놓고 갔을

목장갑 한 켤레 상처가 터진 자리

촘촘했던 올이 풀려 그 生은 헐겁다

붉은 손바닥 굳은살처럼 박혀있던 고무도

햇살에 삭아 떨어지고 있는 오후,

터진 구멍 사이로 뭉툭한 손 있던

자리가 보인다 거기 이제 땀으로 찌든

체취만 누워 앓고 있으리라

그래도 장갑 두 손을 포개고서

각목의 거칠게 인 나무 비늘과

출렁이던 철근의 감촉을 기억한다

제 허리 허물어 집 올리던 사람.

모래처럼 흩어지던 날들을 모아

한 장 벽돌 올리던 그 사람 떠올리며

목장갑 같은 헐거운 생을 부여잡는다

도로변에 버려진 손 한 켤레 있다

내가 손 놓았던 뜨거운 生이 거기

상한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고 있다

아무것도 건져 올리지 못한 나는

몸의 장갑을 뒤춤에 감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