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손
길상호
공사장 인부가 벗어놓고 갔을
목장갑 한 켤레 상처가 터진 자리
촘촘했던 올이 풀려 그 生은 헐겁다
붉은 손바닥 굳은살처럼 박혀있던 고무도
햇살에 삭아 떨어지고 있는 오후,
터진 구멍 사이로 뭉툭한 손 있던
자리가 보인다 거기 이제 땀으로 찌든
체취만 누워 앓고 있으리라
그래도 장갑 두 손을 포개고서
각목의 거칠게 인 나무 비늘과
출렁이던 철근의 감촉을 기억한다
제 허리 허물어 집 올리던 사람.
모래처럼 흩어지던 날들을 모아
한 장 벽돌 올리던 그 사람 떠올리며
목장갑 같은 헐거운 생을 부여잡는다
도로변에 버려진 손 한 켤레 있다
내가 손 놓았던 뜨거운 生이 거기
상한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고 있다
아무것도 건져 올리지 못한 나는
몸의 장갑을 뒤춤에 감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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